머리말: 전분물 수영장 위를 질주하는 물리학적 역설
과학 실험 쇼나 영상에서 한 번쯤 보았을 법한 기묘한 광경이 있다. 거대한 수영장에 옥수수 전분(또는 감자 전분)과 물을 부피비 약 $55:45$(무게비 약 $1.5:1 \sim 2:1$)로 섞은 불투명한 현탁액을 가득 채운다. 영어권에서는 닥터 수스(Dr. Seuss)의 1949년 동화책 『바솔로뮤와 우블렉(Bartholomew and the Oobleck)』에 등장하는 끈적한 물질의 이름을 따서 이 유체를 우블렉(Oobleck)이라 부른다.
이 하얀 ‘액체’ 수영장 위를 사람이 전속력으로 내달리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발바닥이 수면을 강하게 내딛는 순간, 액체여야 할 전분물이 마치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발목조차 빠지지 않고 반대편까지 달려갈 수 있다. 그릇에 담긴 전분물을 주먹으로 세게 내려치면 물방울이 튀기는커녕 손목이 아플 정도의 강한 반발력이 되돌아온다. 그러나 수영장 한가운데서 달리기를 멈추고 가만히 서는 순간, 발밑의 ‘고체 바닥’은 순식간에 녹아내려 끝없는 늪처럼 두 다리를 집어삼킨다. 당황해서 다리를 급하게 빼려고 힘을 주면 주변 유체가 다시 단단히 잠기며 신발이 벗겨질 듯 발을 붙잡는다.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힘을 빼고 아주 천천히 다리를 움직이는 것뿐이다.
우리는 흔히 물질을 ‘기체·액체·고체’라는 고정된 세 가지 상태로 나누고, 액체의 끈적거림(점도)은 저어주는 속도와 무관하게 일정하다고 생각한다. 1687년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프린키피아』에서 정식화한 이 고전적 법칙을 따르는 유체를 뉴턴 유체(Newtonian fluid)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계와 생명체, 현대 산업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유체—전분물, 혈액, 토마토케첩, 마요네즈, 페인트, 치약, 용융 플라스틱, 심지어 지구 맨틀과 용암까지—는 뉴턴의 법칙을 거부하는 비뉴턴 유체(Non-Newtonian fluids)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격언 “만물은 유전한다($\pi\alpha\nu\tau\alpha\ \rho\varepsilon\iota$ / Panta rhei)“를 모토로 삼아 물질의 변형과 흐름을 연구하는 현대 물리학 분야를 유변학(Rheology)이라 한다. 이 글에서는 유변학과 연성 물질 물리학(Soft Matter Physics)의 최신 성과를 바탕으로 비뉴턴 유체의 미시적 메커니즘과 공학적 응용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제1장: 뉴턴의 점성 법칙과 페클레 수 — 왜 단순 액체는 뉴턴 유체이고 복합 유체는 비뉴턴 유체인가?
1.1 쿠에트 단순 전단 유동과 뉴턴 점성 법칙
거리 $H$ $[\text{m}]$만큼 떨어진 두 평행 평판 사이에 채워진 유체(쿠에트 유동 / Couette flow)를 생각하자. 아래 판($y=0$)을 고정하고 면적 $A$인 위 판($y=H$)에 접선 방향 힘 $F$ $[\text{N}]$를 가해 일정한 속도 $U$ $[\text{m}\cdot\text{s}^{-1}]$로 움직일 때, 단위 면적당 접선력을 전단 응력(Shear stress) $\tau \equiv \frac{F}{A}$ $[\text{Pa}]$라 정의하고, 수직 방향 속도 구배를 전단 속도(Shear rate, 또는 변형률 속도) $\dot{\gamma} \equiv \frac{\partial u}{\partial y} = \frac{U}{H}$ $[\text{s}^{-1}]$라 정의한다.
뉴턴 유체에서는 전단 응력과 전단 속도가 엄밀하게 정비례한다(뉴턴의 점성 법칙):
$$\tau = \eta \dot{\gamma} = \eta \frac{\partial u}{\partial y}$$비례 상수 $\eta$ $[\text{Pa}\cdot\text{s}]$는 동점성 계수(Dynamic viscosity, 점도)이다. 3차원 비압축성 연속체 역학에서 코시 응력 텐서는 $\boldsymbol{\sigma} = -p\mathbf{I} + 2\eta\mathbf{D}$로 표현되며, 이를 운동량 보존식에 대입하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이 도출된다. 물($20^\circ\text{C}$에서 $\eta \approx 10^{-3}\,\text{Pa}\cdot\text{s}$)이나 꿀($\eta \approx 2\text{–}10\,\text{Pa}\cdot\text{s}$) 같은 뉴턴 유체는 온도와 압력이 일정하면 전단 속도 $\dot{\gamma}$가 아무리 변해도 점도 $\eta$가 항상 일정하다.
1.2 브라운 이완 시간과 페클레 수(Péclet Number)의 물리학
왜 물은 뉴턴 유체이고 전분물이나 혈액은 비뉴턴 유체일까? 유체 내부 입자(반지름 $a$)가 열적 브라운 운동(확산 계수 $D_0 = \frac{k_B T}{6\pi \eta_0 a}$)을 통해 자신의 크기 $a$만큼 이동하여 흐름에 의해 흐트러진 배열을 원래의 등방적 열평형 상태로 되돌리는 데 걸리는 브라운 이완 시간(Brownian relaxation time) $\tau_B$는 다음과 같다:
$$\tau_B \equiv \frac{a^2}{D_0} = \frac{6\pi \eta_0 a^3}{k_B T}$$여기서 핵심은 $\tau_B$가 입자 반지름의 세제곱($a^3$)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이완 시간 $\tau_B$와 유동 변형 시간 $\tau_{\text{flow}} \sim \dot{\gamma}^{-1}$의 무차원 비율이 바로 페클레 수(Péclet number, $\text{Pe}$)다:
$$\text{Pe} \equiv \dot{\gamma}\tau_B = \frac{6\pi \eta_0 a^3 \dot{\gamma}}{k_B T}$$- 물 같은 저분자 액체($a \sim 0.15\,\text{nm}$): $\tau_B \sim 10^{-12}\,\text{s}$(1피코초)로 극히 짧아 일상적인 전단 속도에서 항상 $\text{Pe} \ll 1$이다. 열운동이 순식간에 분자 배치를 초기화하므로 점도 $\eta$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 콜로이드 현탁액 및 고분자 복합 유체($a \sim 0.1\text{–}10\,\mu\text{m}$): 전분 입자나 적혈구는 물 분자보다 $10^4$배 크므로, $a^3$에 비례하는 $\tau_B$는 무려 $10^{12}$배(1조 배) 증가하여 $\tau_B \sim 1\text{–}100\,\text{s}$에 달한다! 따라서 손으로 가볍게 젓는 전단 속도($\dot{\gamma} \sim 1\,\text{s}^{-1}$)에서도 쉽게 $\text{Pe} \gg 1$이 되어 유동장 자체가 미시 구조를 재편성하며, 점도가 $\dot{\gamma}$의 비선형 함수가 된다.
제2장: 비뉴턴 유체의 수학적 분류 — 거듭제곱 법칙과 허셸-벌클리 모델
비뉴턴 유체의 특정 전단 속도에서의 점도를 겉보기 점도(Apparent viscosity) $\eta_{\text{app}}(\dot{\gamma}) \equiv \frac{\tau(\dot{\gamma})}{\dot{\gamma}}$라 정의한다. 시간 비의존성 비뉴턴 유체를 통합적으로 기술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 방정식은 1926년 제안된 허셸-벌클리 모델(Herschel-Bulkley model)과 그 특수 형태인 오스트발트-드 발레 거듭제곱 법칙(Ostwald-de Waele power-law model)이다:
$$\tau(\dot{\gamma}) = \tau_y + K \dot{\gamma}^n \quad (\tau \ge \tau_y \text{일 때; } \tau < \tau_y \text{이면 } \dot{\gamma} = 0)$$$$\eta_{\text{app}}(\dot{\gamma}) = \frac{\tau_y}{\dot{\gamma}} + K \dot{\gamma}^{n-1}$$여기서 $\tau_y$ $[\text{Pa}]$는 항복 응력(Yield stress), $K$ $[\text{Pa}\cdot\text{s}^n]$는 점조도 지수(Consistency index), $n$은 무차원 유동 거동 지수(Flow behavior index)이다. 또한 전단 속도의 전 영역(영전단 점도 $\eta_0$에서 무한전단 점도 $\eta_\infty$까지)을 특이점 없이 기술하기 위해 카로-야스다 모델(Carreau-Yasuda model)이 사용된다:
$$\frac{\eta(\dot{\gamma}) - \eta_\infty}{\eta_0 - \eta_\infty} = \left[ 1 + (\lambda \dot{\gamma})^a \right]^{\frac{n-1}{a}}$$
flowchart TD
A["연속체 물질의 유변학적 분류 (Rheological Zoo)"] --> B["뉴턴 유체 (Newtonian Fluid)<br/>τ = η γ̇ (n=1, τy=0, η=상수)<br/>예: 물, 공기, 꿀, 광물유"]
A --> C["비뉴턴 유체 (Non-Newtonian Fluids)<br/>겉보기 점도 η_app가 γ̇, 응력, 시간에 따라 변화"]
C --> D["순수 점성 시간 비의존 유체<br/>τ = K γ̇ⁿ (τy = 0)"]
C --> E["점소성 / 항복 응력 유체<br/>τ = τy + K γ̇ⁿ (τy > 0)"]
C --> F["시간 의존성 유체<br/>일정 전단 속도에서 시간에 따라 점도 변화"]
C --> G["점탄성 유체 및 고체 (Viscoelastic)<br/>점성 소산과 탄성 저장 동시 발현 (데보라 수 De)"]
D --> D1["전단 농화 / 다일레이턴트 유체 (STF: n > 1)<br/>충격 시 고체화 / 고전단에서 점도 급증<br/>예: 전분물 (Oobleck), 실리카-PEG 현탁액"]
D --> D2["전단 박화 / 의소성 유체 (n < 1)<br/>저으면 묽어짐 / 고전단에서 점도 감소<br/>예: 혈액, 수성 페인트, 볼펜 겔 잉크, 용융 고분자"]
E --> E1["빙엄 소성 유체 (Bingham: n = 1)<br/>예: 치약, 시추 이수"]
E --> E2["허셸-벌클리 유체 (n < 1)<br/>예: 마요네즈, 생콘크리트, 용암"]
F --> F1["요변성 / 틱소트로피 (Thixotropic)<br/>지속 전단 시 묽어지고 방치 시 겔 회복<br/>예: 토마토케첩, 요거트, 벤토나이트 점토"]
F --> F2["레오펙시 (Rheopectic)<br/>완만한 지속 전단 시 점도 증가<br/>예: 석고 페이스트, 일부 윤활액"]
G --> G1["바이센베르크 막대 오름 효과 (N₁ > 0)<br/>데보라 수 응답: 피치 낙하 실험, 실리 퍼티"]
| 유체 클래스 | 구성 방정식 특징 | 겉보기 점도 $\eta_{\text{app}}(\dot{\gamma})$ 거동 | 핵심 미시적 물리 메커니즘 | 대표적인 물질 예 |
|---|---|---|---|---|
| 뉴턴 유체 | $\tau = \eta \dot{\gamma}$ ($n = 1, \tau_y = 0$) | $\dot{\gamma}$에 무관하게 항상 일정 ($\eta = \text{const.}$) | 피코초 수준의 분자 브라운 이완($\tau_B \sim 10^{-12}\,\text{s}, \text{Pe} \ll 1$)으로 등방성 유지 | 물, 공기, 에탄올, 글리세린, 꿀, 실리콘 오일 |
| 전단 농화 유체 (STF) | $\tau = K \dot{\gamma}^n$ ($n > 1, \tau_y = 0$) | $\dot{\gamma}$ 증가 시 상승; 임계 응력 $\tau^*$ 초과 시 불연속 발산 (DST) | 유체역학적 하이드로클러스터 $\to$ 나노 수막 파단 및 고체 마찰 힘 사슬(Force chains) 형성 | 전분물(우블렉), 고농도 $\text{SiO}_2$-PEG 현탁액, 젖은 모래사장 |
| 전단 박화 (의소성) | $\tau = K \dot{\gamma}^n$ ($n < 1, \tau_y = 0$) | $\dot{\gamma}$ 증가 시 단조 감소 ($\eta_0 \to \eta_\infty$) | 응집체 해리(적혈구 연전 현상 해소 및 변형), 고분자 사슬의 유선 방향 배향 및 얽힘 감소 | 혈액, 라텍스 페인트, 샴푸, 중성펜 겔 잉크, 용융 플라스틱 |
| 항복 응력 (점소성) | $\tau = \tau_y + K \dot{\gamma}^n$ ($\tau_y > 0$) | $\tau < \tau_y$에서 고체; $\tau > \tau_y$에서 유동 및 관내 플러그 유동 형성 | 입자·액적의 3차원 재밍 네트워크가 임계 응력 $\tau_y$에서 항복·파괴 | 치약, 마요네즈, 생크림, 생콘크리트, 화산 용암 |
| 요변성 (틱소트로피) | $\tau = \tau(\dot{\gamma}, t)$ (이력 루프) | 일정 전단 지속 시간 $t$에 따라 점도 감소, 정치 시 서서히 회복 | 수소결합·반데르발스 섬유 네트워크의 시간 지연 파괴 및 브라운 재구축 | 토마토케첩, 요거트, 화장품 크림, 인쇄 잉크 |
| 점탄성 유체 | $\tau + \lambda \dot{\tau} = \eta \dot{\gamma}$ ($N_1 > 0$) | 단시간($\text{De} \gg 1$)에는 탄성 고체, 장시간($\text{De} \ll 1$)에는 점성 액체 | 사슬 고분자의 엔트로피 탄성과 유선 방향 후프 장력(Hoop stress) 발생 | 피치(역청), 실리 퍼티(Silly Putty), 달걀흰자, 빵 반죽 |
제3장: 전분물(Oobleck)의 물리학 혁명 — 하이드로클러스터에서 마찰 접촉과 충격 고화 전선까지
왜 전분물은 충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고체로 변해 사람의 체중을 지탱할까? 이 문제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세 차례의 극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거쳐 마침내 규명되었다.
3.1 고전적 레이놀즈 다일레이턴시(1885)와 하이드로클러스터 이론(1985)
1885년 오스본 레이놀즈(Osborne Reynolds)는 젖은 해변 모래를 밟을 때 발 주변 모래가 하얗게 마르며 단단해지는 현상을 연구하여, 조밀하게 채워진 강체 입자들이 전단 변형을 받을 때 이웃 입자를 타고 넘기 위해 전체 부피가 팽창하는 현상(다일레이턴시 / Dilatancy, $\Delta V > 0$)을 규명했다. 넓어진 공극으로 물이 모세관 현상에 의해 빨려 들어가며 발생하는 부압(음압)이 모래알들을 강하게 밀착시켜 고체화한다.
1985년 John F. Brady와 Georges Bossis는 스토크스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 30년간 정설로 군림한 하이드로클러스터 이론(Hydrocluster theory)을 제시했다. 점도 $\eta_0$인 용매 속에서 반지름 $a$인 두 구형 입자가 상대 속도 $v_{\text{rel}}$로 매우 좁은 표면 간격 $h$($h \ll a$)까지 접근할 때, 틈새의 물을 짜내기 위해 거대한 유체역학적 윤활 스퀴즈 힘(Lubrication squeezing force)이 작용한다:
$$F_{\text{lub}} \simeq \frac{6\pi \eta_0 a^2 v_{\text{rel}}}{h} \propto \frac{1}{h}$$고전단($\text{Pe} \gg 1$)에서 $1/h$에 비례해 발산하는 윤활 저항 때문에 입자들이 일시적으로 분리되지 못하고 사슬 모양의 하이드로클러스터(Hydroclusters)를 형성해 점도가 상승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하이드로클러스터 이론의 한계: 순수한 유체역학적 윤활력만으로는 점도가 기껏해야 수 배 증가하는 연속 전단 농화(CST)만 설명할 수 있을 뿐, 고농도 전분물($\phi \approx 55\%\text{–}60\%$)에서 점도가 수백~수천 배로 수직 발산하는 불연속 전단 농화(Discontinuous Shear Thickening, DST)와 성인이 위를 달릴 수 있는 거대한 수직 반력을 설명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3.2 현대의 패러다임 전환(2012–2014): 윤활 수막 파단·마찰 힘 사슬과 충격 고화 전선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두 가지 혁신적 연구가 100년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해결했다:
- 나노미터 척력 장벽 돌파와 무마찰-마찰 접촉 상전이(Wyart & Cates, 2014):
전분이나 실리카 입자 표면에는 정전기적 이중층 척력이나 입체 척력(Steric repulsion) $F_{\text{rep}}$가 작용하며, 이는 임계 응력 $\tau^* \sim F_{\text{rep}}/a^2$를 정의한다.
- 낮은 응력($\tau \ll \tau^*$)에서는 나노미터 두께의 수막이 유지되어 입자 간 마찰이 없는 무마찰 상태($\mu_p \approx 0$)로 미끄러지며, 이때 입자들이 꽉 막히는 재밍(Jamming) 한계 부피 분율은 무작위 조밀 충진 한계인 $\phi_0 \approx 0.64$이다.
- 그러나 발로 강하게 밟아 국소 응력이 임계치를 넘으면($\tau > \tau^*$), 나노 수막이 파단되면서 거친 전분 입자 표면들이 직접 접촉하여 쿨롱 고체 마찰($\mu_p > 0$)이 작동한다! 입자 간 회전이 마찰로 잠기면 재밍 한계 부피 분율은 느슨한 충진 한계인 $\phi_m \approx 0.55$로 급격히 떨어진다! 마찰 접촉 비율을 $f(\tau) = \exp(-\tau^*/\tau)$라 할 때, 유효 재밍 한계 $\phi_J(\tau)$와 점도 $\eta(\phi, \tau)$는 다음 식을 따른다: $$\phi_J(\tau) = f(\tau)\,\phi_m + \left[1 - f(\tau)\right]\phi_0, \qquad \eta(\phi, \tau) \propto \left[ \phi_J(\tau) - \phi \right]^{-2}$$ 부피 농도 $\phi = 0.58$($\phi_m < \phi < \phi_0$)인 전분물은 평소에는 $\phi < \phi_0 = 0.64$이므로 액체로 흐르지만, 충격을 가해 $\tau > \tau^*$가 되는 순간 $\phi_J(\tau)$가 $0.55$로 급강하하여 $\phi > \phi_J(\tau)$가 된다! 분모가 0이 되면서 점도가 무한대로 발산(DST)하고, 3차원 마찰 힘 사슬(Frictional force chains)이 유체 전체를 고체로 잠근다.
- 충격 유도 고화와 ‘제설차(Snowplow)’ 성장 전선(Waitukaitis & Jaeger, Nature 2012): 시카고 대학의 Waitukaitis와 Jaeger는 고속 X선 투시 촬영을 통해, 발이 속도 $v_0$로 수면에 충돌하는 순간 발바닥 바로 아래에 고밀도로 재밍된 고화 플러그(Solidified plug)가 형성되고, 그 경계면인 고화 전선(Solidification front)이 발의 침투 속도보다 $5\sim 10$배 빠른 속도($v_f = k v_0$)로 수영장 바닥을 향해 전파됨을 입증했다. 마치 제설차가 눈을 밀며 거대한 눈덩이를 키우듯 급증하는 고화 질량 $M(t)$가 거대한 부가 질량 반작용력 $F_{\text{impact}} = \frac{d}{dt}[M(t)v(t)] = M\dot{v} + v\dot{M}$를 생성하며, 수 밀리초 내에 고화 전선이 바닥에 닿아 발바닥과 수영장 바닥을 잇는 튼튼한 ‘고체 기둥’을 완성한다. 멈춰 서서 응력이 사라지면($\tau < \tau^*$) 약 $0.1\sim 0.5\,\text{s}$ 만에 공극으로 물이 침투해 수막이 복원되고 고체 기둥은 순식간에 액체로 녹아내린다.
flowchart TD
S1["1. 정지 및 저속 상태 (τ ≪ τ*)<br/>나노미터 정전기/입체 척력 수막이 입자 분리 (무마찰 μp ≈ 0)<br/>재밍 한계 φ₀ ≈ 0.64 > 농도 φ ≈ 0.58 이므로 액체로 유동"]
S2["2. 발바닥의 고속 충격 인가 (τ > τ*)<br/>국소 응력이 척력 장벽 τ*를 돌파하여 나노 윤활 수막 파단!<br/>입자 표면이 직접 접촉하며 쿨롱 고체 마찰 (μp > 0) 발생"]
S3["3. 재밍 한계 급강하 및 불연속 전단 농화 (DST)<br/>유효 재밍 한계가 φm ≈ 0.55 (< φ ≈ 0.58)로 급락<br/>점도 η가 무한대로 발산하며 3차원 마찰 힘 사슬 형성"]
S4["4. 제설차(Snowplow) 고화 전선의 초고속 전파<br/>발 아래 고화 영역이 충격 속도의 5~10배로 바닥까지 확장<br/>부가 질량 반력 v(dM/dt)과 바닥 도달 고체 기둥이 체중 지지"]
S5["5. 정지 및 공극 수압 이완에 의한 융해 (τ < τ*)<br/>충격 소멸 후 다르시 침투류와 척력이 0.1~0.5초 내 수막 복원<br/>힘 사슬이 붕괴하며 주자는 액체 늪으로 침강"]
S1 --> S2 --> S3 --> S4 --> S5
제4장: 전단 박화(의소성), 항복 응력 플러그 유동과 요변성(Thixotropy)
- 혈액 유변학(Hemorheology): 부피의 약 $45\%$가 적혈구인 혈액은 정맥의 저전단($\dot{\gamma} < 1\,\text{s}^{-1}$)에서는 적혈구들이 동전 꾸러미처럼 쌓이는 연전 현상(Rouleaux formation)을 일으켜 점도가 $\eta_0 \approx 50\text{–}100\,\text{mPa}\cdot\text{s}$에 달한다. 그러나 동맥과 모세혈관의 고전단($\dot{\gamma} \sim 100\text{–}1,000\,\text{s}^{-1}$)에서는 연전이 해체되고 적혈구가 유선형 낙하산 모양으로 변형되며 세포막이 궤도처럼 회전하는 탱크 트레딩 운동(Tank-treading motion)을 통해 점도를 $\eta_\infty \approx 3\text{–}4\,\text{mPa}\cdot\text{s}$까지 낮춰 모세혈관 막힘을 방지한다.
- 페인트와 중성펜 겔 잉크: 붓질이나 필기 시의 고전단($\dot{\gamma} \sim 10^4\,\text{s}^{-1}$)에서는 점도가 수백 분의 일로 낮아져 부드럽게 발리고, 붓이나 펜을 떼는 순간($\tau < \tau_y$) 즉시 고점도 겔로 돌아와 벽면 흘러내림(Sagging)과 잉크 누출을 막는다.
- 빙엄 유체의 관내 플러그 유동(Plug Flow): 치약 같은 항복 응력 유체($\tau = \tau_y + \eta_p\dot{\gamma}$)가 반지름 $R$인 원관을 흐를 때, 중심부 $r < r_p = \frac{2L\tau_y}{\Delta P}$ 영역에서는 전단 응력이 항복 응력보다 작아($\tau(r) < \tau_y$) 속도 구배가 0이 된다: $$u_{\text{Bingham}}(r) = \begin{cases} \dfrac{\Delta P}{4\eta_p L}(R - r_p)^2 = \text{const.} & (0 \le r < r_p : \text{미항복 고체 플러그 코어}) \\[8pt] \dfrac{\Delta P}{4\eta_p L}\left[ R^2 - r^2 - 2r_p(R - r) \right] & (r_p \le r \le R : \text{관벽 전단 윤활층}) \end{cases}$$ 이 때문에 치약은 튜브에서 줄무늬가 섞이지 않고 굵은 막대 모양 그대로 밀려 나온다.
제5장: 점탄성(Viscoelasticity), 데보라 수와 바이센베르크 효과
5.1 맥스웰 모델과 데보라 수(Deborah Number)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67)은 탄성 스프링(탄성률 $G$)과 점성 대시포트(점도 $\eta$)를 직렬 연결하여 이완 시간 $\lambda \equiv \eta / G$를 갖는 선형 점탄성 방정식을 세웠다:
$$\tau + \lambda \frac{d\tau}{dt} = \eta \dot{\gamma}$$1964년 마커스 라이너(Marcus Reiner)는 구약성경 사사기 5장 5절의 “산들이 주 앞에서 흘렀도다(The mountains flowed before the Lord)"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물질의 이완 시간 $t_{\text{relax}}$와 관찰(작용) 시간 $t_{\text{obs}}$의 비인 데보라 수(Deborah number, $\text{De}$)를 정의했다:
$$\text{De} \equiv \frac{t_{\text{relax}}}{t_{\text{obs}}}$$$\text{De} \gg 1$($t_{\text{obs}} \ll t_{\text{relax}}$)이면 고체처럼 거동하고, $\text{De} \ll 1$($t_{\text{obs}} \gg t_{\text{relax}}$)이면 액체처럼 흐른다. 1927년부터 진행 중인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피치 낙하 실험(Pitch Drop Experiment)에서 역청(Pitch, $\eta \approx 2.3 \times 10^8\,\text{Pa}\cdot\text{s}$)은 망치로 치면($t_{\text{obs}} \sim 10^{-3}\,\text{s}, \text{De} \gg 1$)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지만, 수십 년간 방치하면($t_{\text{obs}} \sim 10^8\,\text{s}, \text{De} \ll 1$) 8~13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액체다. 장난감 실리 퍼티(Silly Putty) 역시 바닥에 던지면 고무공처럼 튀어 오르지만($\text{De} \gg 1$), 책상 위에 두면 액체처럼 퍼진다($\text{De} \ll 1$).
5.2 바이센베르크 막대 오름 효과(Weissenberg Effect)
고분자 용액이나 달걀흰자에 회전하는 막대를 넣으면 액체가 원심력을 거슬러 막대를 타고 위로 기어오른다. 원형 유선을 따라 늘어난 고분자 사슬의 엔트로피 탄성이 유선 방향 인장 응력 $\sigma_{xx}$를 발생시켜 양의 제1법선 응력차(First normal stress difference)를 만들기 때문이다:
$$N_1(\dot{\gamma}) \equiv \sigma_{xx} - \sigma_{yy} = \Psi_1(\dot{\gamma})\dot{\gamma}^2 > 0$$이 원주 방향의 후프 응력(Hoop stress)이 고무줄처럼 유체를 회전축 중심 쪽으로 죄어 밀어 올린다.
제6장: 최첨단 공학 응용 — 액체 방탄복부터 3D 바이오프린팅까지
- 액체 방탄복(Liquid Body Armor)과 D3O 충격 보호대: 폴리에틸렌글리콜(PEG)에 실리카($\text{SiO}_2$) 나노입자를 고농도로 분산시킨 전단 농화 유체(STF)를 케블라(Kevlar) 섬유에 함침시키면, 평상시($\dot{\gamma} < 10\,\text{s}^{-1}, \tau < \tau^*$)에는 일반 옷감처럼 유연하지만 총알이나 칼날이 충돌하는 순간($\dot{\gamma} > 10^5\,\text{s}^{-1}, \tau \gg \tau^*$) 마이크로초 내에 불연속 전단 농화(DST)로 경화되어 섬유를 잠그고 충격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이를 통해 케블라 두께와 무게를 $30\%\text{–}50\%$ 줄이면서도 방탄·방검 성능을 극대화했다. 오토바이 보호대와 군용 헬멧에 쓰이는 D3O 소재 또한 데보라 수 전이를 이용해 평소엔 부드럽고 충격 시에만 단단하게 잠긴다.
- 3D 바이오프린팅(Bio-inks): 살아있는 세포를 담은 바이오잉크는 미세 노즐 통과 시 빙엄 플러그 유동과 강한 전단 박화($n \ll 1$)를 통해 중심부 세포들을 전단 응력으로부터 보호(생존율 $>95\%$)하고, 토출 직후($\tau \to 0$) $0.1\,\text{s}$ 이내에 항복 응력 $\tau_y$를 요변성으로 회복하여 3차원 인공 장기 구조가 무너지지 않게 지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