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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저온 공학과 초전도 전자석 기술: 절대 영도에 다가서는 냉동 사이클과 강자기장의 세계

헬륨 액화와 희석 냉동법, 퀜치 보호 회로. 리니어 중앙신칸센, MRI, 거대 가속기를 지탱하는 초전도 마그넷의 극한 공학.

극저온 공학과 초전도 전자석 기술: 절대 영도에 다가서는 냉동 사이클과 강자기장의 세계

현대의 최첨단 과학과 인프라에 있어서 ‘극저온(Cryogenics)‘과 ‘초전도(Superconductivity)‘는 불가분한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의료 분야의 MRI, 고에너지 물리학을 견인하는 거대 입자 가속기, 그리고 차세대 고속 수송 수단인 초전도 리니어 모터카. 이 모든 것은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극저온 공학’과, 강력한 자기장을 안정적으로 발생시키고 유지하는 ‘초전도 전자석 공학’의 결정체이다.

본고에서는 절대 영도(0 K = -273.15 ℃)의 극한에 다가서는 냉동 사이클의 열역학부터, 실용 초전도 재료의 미시적 물성, 거대한 전자기력을 견뎌내는 코일 설계, 그리고 치명적인 상태 파괴인 ‘퀜치(Quench)‘를 방지하는 보호 시스템의 물리적 메커니즘에 이르기까지, 극저온 공학과 초전도 마그넷 기술의 심연을 철저히 파헤쳐 본다.

제1장: 극저온(Cryogenics)의 열역학

극저온의 세계로 향하는 입구는 기체를 액화시키는 열역학적 사이클에 의해 열린다. 대기압 하에서 질소의 끓는점은 77.3 K, 수소는 20.3 K, 그리고 헬륨(He-4)은 4.2 K이다. 이러한 극저온 냉매를 생성하거나, 혹은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시스템을 냉각시키기 위해 인류는 수많은 정교한 냉동 사이클을 구축해 왔다.

줄-톰슨 효과와 헬륨 액화

기체를 단열 팽창시켰을 때 온도가 변화하는 현상을 줄-톰슨 효과(Joule-Thomson effect)라고 부른다. 엔탈피 $h$ 가 일정한 등엔탈피 과정에서, 압력 $P$ 에 대한 온도 $T$ 의 변화율을 나타내는 줄-톰슨 계수 $\mu_{JT}$ 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mu_{JT} = \left( \frac{\partial T}{\partial P} \right)_h = \frac{1}{C_p} \left[ T \left( \frac{\partial v}{\partial T} \right)_P - v \right] $$

여기서 $C_p$ 는 정압 비열, $v$ 는 비체적이다. $\mu_{JT} > 0$ 인 영역(역전 온도 이하)에서만 압력 강하($\Delta P < 0$)에 따라 온도가 떨어진다($\Delta T < 0$). 헬륨의 역전 온도는 약 40 K로 매우 낮기 때문에, 상온에서 단순히 팽창시키기만 하면 온도는 오히려 올라가 버린다. 따라서 헬륨을 액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액체 질소 등을 이용한 예냉이나, 터보 익스팬더(팽창 터빈)를 이용한 등엔트로피 팽창(외부로 일을 추출하는 단열 팽창)을 통해 역전 온도 이하까지 냉각시키고, 마지막 액화 단계에서 J-T 밸브를 통한 등엔탈피 팽창을 수행하는 클로드 사이클(Claude cycle)이 사용된다. T-s(온도-엔트로피) 선도 상에서는 고압 라인에서 터빈에서의 등엔트로피적인 수직 하강과, J-T 밸브에서의 등엔탈피적인 곡선을 따른 하강이 결합되어 기액 공존 영역으로 돌입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기포드-맥마흔(GM) 냉동기와 펄스관 냉동기

MRI나 연구용 크라이오스탯에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밀폐 사이클형 GM(Gifford-McMahon) 냉동기이다. GM 냉동기는 압축기로부터 고압 헬륨 가스의 공급·배기를 로터리 밸브로 전환하고, 실린더 내의 디스플레이서(축냉재를 내장한 피스톤)를 왕복 운동시킴으로써 사이먼 팽창(등온 압축과 단열 팽창의 사이클)을 실현한다. 역 스털링 사이클과 유사하지만, 밸브와 피스톤의 위상차를 제어하여 더 낮은 주파수에서 큰 냉동 능력을 발휘한다.

축냉재(Regenerator)에서는 열용량의 온도 의존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극저온(10 K 이하)에서는 고체의 격자 비열이 디바이의 $T^3$ 법칙에 따라 급격히 떨어지며, 일반적인 금속(구리나 납)에서는 열을 축적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4 K급 GM 냉동기의 2단 축냉재에는 자기 상전이에 수반되는 거대한 자기 비열을 이용한 자성 축냉재($Er_3Ni$ 나 $HoCu_2$ 등)가 채택되어, 4.2 K의 직접 생성(무냉매화)을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구동부를 배제하여 신뢰성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이 펄스관 냉동기(Pulse Tube Cryocooler)이다. 디스플레이서 대신 위상 천이기(오리피스와 버퍼 탱크)를 사용하여 음파(압력파)와 가스 변위의 위상차를 음향학적으로 최적화함으로써, 가동 부품 없이 열을 고온단으로 퍼 올린다.

밀리켈빈 영역으로의 길: 희석 냉동과 단열 소자

4.2 K의 액체 헬륨을 감압 비등시키면 증기압 곡선을 따라 하강하여 약 1 K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한층 더 절대 영도에 다가가는 밀리켈빈(mK) 영역에는 헬륨-3(He-3)와 헬륨-4(He-4)의 동위원소 혼합액의 상분리 현상을 이용한 ‘희석 냉동기(Dilution Refrigerator)‘가 필요해진다. 0.87 K 이하에서 $He^3-He^4$ 혼합액은 $He^3$ 농상(순수한 $He^3$ 에 가까움)과 $He^3$ 희박상(초유동 $He^4$ 중에 약 6.6%의 $He^3$ 가 녹아든 상)의 2상으로 분리된다. 농상에서 희박상으로 $He^3$ 원자가 ‘증발(녹아듦)‘할 때, 엔탈피 차이에 의한 흡열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연속적으로 순환시킴으로써 수십 mK에서 10 mK 미만의 극저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나아가 자기 쌍극자의 엔트로피를 이용하는 단열 소자(Adiabatic Demagnetization) 기술을 사용하면, 마이크로켈빈($\mu K$)의 세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제2장: 실용 초전도 재료의 물성과 제조 기술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권선이 되는 도체가 높은 자기장 하에서도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고, 또한 거대한 전류(임계 전류)를 흘릴 수 있어야 한다. 초전도 상태는 온도 $T$, 자기장 $H$, 전류 밀도 $J$ 의 세 가지 임계값($T_c, H_c, J_c$)으로 둘러싸인 3차원적인 임계 곡면 내부에서만 유지된다.

제2종 초전도체와 핀 고정 효과

강자기장 마그넷에 사용되는 재료는 모두 제2종 초전도체(Type-II Superconductors)이다. 하부 임계 자기장 $H_{c1}$ 을 넘어서면 자기 선속이 양자화된 ‘자속 양자(Flux quantum, $\Phi_0 = h/2e \approx 2.07 \times 10^{-15} \text{ Wb}$)‘로서 초전도체 내부에 침투한다(혼합 상태). 외부 자기장이 상부 임계 자기장 $H_{c2}$ 에 도달할 때까지 초전도 상태는 거시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전류 $\vec{J}$ 가 흐르고 있는 상태에서 자기 선속 $\vec{B}$ 가 존재하면, 자속 양자에는 로렌츠 힘($\vec{F}_L = \vec{J} \times \vec{B}$)이 작용한다. 자속이 이동(흐름)하면 전자기 유도에 의한 전압이 발생하고 줄열이 생겨 초전도가 파괴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재료 내부에 인공적인 결함(상전도 석출물, 결정 입계, 전위 등)을 도입하여 자속을 그 위치에 포착하는 ‘핀 고정(Flux Pinning)‘이 필수적이다. 핀 고정 힘 $\vec{F}_p$ 가 로렌츠 힘을 이겨내는 조건($\vec{F}_L \le \vec{F}_p$)이 그 재료의 거시적인 임계 전류 밀도 $J_c$ 를 결정짓는다.

NbTi(니오븀 티타늄) 다심선과 구리 매트릭스

MRI나 가속기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NbTi 합금($T_c \approx 9.2 \text{ K}, H_{c2} \approx 11 \text{ T}$ (at 4.2 K))이다. NbTi는 연성이 뛰어나 소성 가공이 쉽다. 실용 선재는 단순한 단선이 아니라, 고순도 무산소동(OFC)의 모재(매트릭스) 안에 수만 가닥의 미크론 단위 NbTi 필라멘트가 심어져 있는 ‘극세 다심 구조’를 하고 있다. 이는 ‘자기 불안정성(플럭스 점프)‘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초전도체 내에 자속이 급격히 침투하면 발열이 일어나고, 온도 상승이 임계 전류를 저하시켜 다시 자속 침투를 부르는 열적 폭주(퀜치)에 이르게 된다. 이를 방지하는 안정화 기준(단열 안정성 기준 및 동적 안정성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초전도 필라멘트의 직경을 수십 $\mu m$ 이하로 미세화하고, 열전도성과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구리로 감싸는 구조가 필수가 되었다.

Nb3Sn(니오븀 주석)과 취성 화합물의 열처리 기술

10 T를 넘는 강자기장(NMR, ITER, 고자기장 연구용)에는 A15형 금속 간 화합물인 Nb3Sn($T_c \approx 18.3 \text{ K}, H_{c2} \approx 23 \text{ T}$ (at 4.2 K))이 사용된다. 그러나 Nb3Sn은 매우 깨지기 쉬워 그대로는 굽힘 가공을 할 수 없다(변형에 의해 임계 특성이 현저히 열화된다). 따라서 ‘브론즈법’이나 ‘내관법(Internal Tin Process)’ 등의 교묘한 제조 기술이 개발되었다. 코일을 감을 시점에서는 미반응 Nb(니오븀) 필라멘트와 Sn(주석)을 포함한 모재(브론즈 등) 상태로 가공 및 권선을 수행하고(Wind & React 방식), 코일 형태로 만든 후 600~700 ℃에서 수십 시간의 열처리를 실시한다. 고상 확산 반응에 의해 Nb와 Sn이 화합하여 필라멘트 부위에 Nb3Sn 층이 형성된다.

고온 초전도 선재(REBCO / BSCCO)의 대두

액체 질소 온도(77 K) 이상에서 초전도를 나타내는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HTS)는, $20 \text{ K}$ 나 $4.2 \text{ K}$ 와 같은 극저온 하에서 사용하면 $H_{c2}$ 가 100 T를 넘는 놀라운 자기장 내성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REBCO(희토류·바륨·구리 산화물, $RE Ba_2 Cu_3 O_{7-\delta}$) 박막 선재이다. 하스텔로이 등의 고강도 금속 테이프 기판 위에 IBAD(이온 빔 어시스트 증착) 법으로 중간 버퍼층을 배향 성막하고, 그 위에 REBCO 층을 에피택셜 성장시킨다. 두께가 불과 1~2 $\mu m$ 인 REBCO 층이 수백 암페어를 흘린다. HTS의 등장으로 25 T를 넘는 초고자기장 NMR이나 소형 핵융합로(SPARC 등)의 실현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제3장: 초전도 전자석의 설계와 강자기장 공학

초전도 마그넷의 설계는 전자기학, 극저온 열역학, 그리고 극한의 고체 구조 역학이 삼위일체된 엔지니어링이다.

코일 형상과 거대 전자기력(로렌츠 힘)

가장 기본적인 솔레노이드 코일에서는 중심축 방향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생성한다. 반면 입자 가속기에서 빔을 휘게 하는 쌍극자 마그넷에서는 새들형(안장형)이나 코사인 세타($\cos \theta$) 권선, 혹은 블록 권선이라 불리는 특수한 레이스트랙형 코일을 조합하여 균일한 쌍극자 자기장을 형성한다. 마그넷 설계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이 되는 것은 초전도 선재 자체에 작용하는 거대한 전자기력(로렌츠 힘 $\vec{f} = \vec{J} \times \vec{B}$)이다. 예를 들어, 중심 자기장이 10 T를 넘는 대형 마그넷에서는 코일을 바깥쪽으로 밀어 넓히려는 후프 응력(Hoop stress)이 수백 MPa(수백 기압)에 달한다. 이를 견디기 위해 코일 외주에는 강인한 비자성 스테인리스강이나 알루미늄 합금의 슈링크 링(열박음 링), 혹은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이나 유리 에폭시 수지(GFRP)에 의한 견고한 바인딩 구조(기계적 보강 구조)가 적용된다. 권선은 에폭시 수지로 진공 함침(VPI)되어 미세한 마찰 발열(와이어의 동적 변위)조차 허용하지 않는 강체로 일체화된다.

영구 전류 모드(Persistent Current Mode)

MRI나 NMR에서 극히 중요한 기술이 영구 전류 모드(또는 지속 전류 모드)이다. 초전도 마그넷의 회로를 모두 초전도체로 폐루프(closed loop)로 만들 수 있다면, 외부 전원을 분리해도 저항 $R = 0$ 이기 때문에 전류 $I$ 는 이론상 반영구적으로 감쇠하지 않는다(시정수 $\tau = L/R \to \infty$). 이를 실현하는 것이 ‘영구 전류 스위치(PCS: Persistent Current Switch)‘이다. PCS는 마그넷과 병렬로 연결된 초전도선의 바이패스 회로이다. PCS에는 히터가 감겨 있으며, 히터를 가열하여 PCS 부분을 온도 $T_c$ 이상의 상전도 상태(저항 있음)로 만듦으로써 ‘스위치 OFF(열림)‘로 하고 외부 전원에서 마그넷 본체(인덕턴스 $L$)로 전류를 여자기 시킨다. 소정의 전류값에 도달한 후 히터를 끄고 PCS를 초전도 상태로 되돌린다(스위치 ON, 저항 0). 그 후 외부 전원의 전류를 서서히 낮추면 전류는 외부 회로가 아닌 저항이 0인 PCS와 마그넷의 폐루프 내를 순환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영구 전류 모드의 완성이다. 이 기술을 통해 수 년에 걸쳐 자기장이 0.01 ppm/h 이하라는 극히 높은 안정성으로 유지된다.

제4장: 퀜치(Quench) 현상의 물리와 보호 시스템

초전도 마그넷에 있어 가장 두려운 현상이 ‘퀜치(Quench)‘이다. 퀜치란 코일의 일부가 어떠한 열적 교란(미세한 와이어의 움직임에 의한 마찰열, 수지의 크랙, 방사선 입사 등)에 의해 온도 상승을 일으켜 $T_c$ 를 넘어 상전도 상태(저항 상태)로 전이하는 현상이다.

퀜치의 물리학적 메커니즘과 급속한 전파

상전도 영역이 발생하면 그곳에 대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줄열($I^2 R$)이 발생한다. 이 열이 주위의 초전도 부분으로 열전도에 의해 전해져, 상전도 영역이 3차원적으로 폭발적인 속도로 확대되어 간다. 이것이 ‘상전도 전파(Normal Zone Propagation)‘이다. 퀜치가 발생했을 경우, 마그넷 내부에 축적된 거대한 자기 에너지($E = \frac{1}{2} L I^2$)가 모두 코일 자신의 줄열로서 소비되려고 한다. 예를 들어 LHC의 쌍극자 마그넷 하나에는 7 MJ이라는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으며, 이는 수 킬로그램의 TNT 폭약에 맞먹는다. 대책이 없다면 상전도화된 국소적인 ‘핫스팟’의 온도가 용융 온도(구리의 경우 1085℃)를 넘어 코일이 말 그대로 타버려 파괴된다. 더욱이 액체 헬륨 수조에 담겨 있는 경우, 급격한 발열로 인해 액체 헬륨이 폭발적으로 기화(부피가 약 700배로 팽창)하여 크라이오스탯 내의 압력이 급상승한다.

단열 열방정식과 덤프 회로의 계산

퀜치로부터 코일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열역학 모델은 단열 근사에 의한 온도 상승 계산에 기반한다. 퀜치 시작부터 시간 $t$ 에서의 핫스팟의 온도 $T_m$ 은 다음의 단열 열방정식으로 기술된다.

$$ \int_{0}^{\infty} I(t)^2 \, dt = S^2 \int_{T_{op}}^{T_{m}} \frac{\gamma C_p(T)}{\rho(T)} \, dT $$

좌변은 전류의 제곱 시간 적분이며, 퀜치의 심각도를 나타내는 ‘MIITs(Mega Amps Squared Seconds)‘라는 지표로 불린다. 우변은 재료 고유의 물성치(단면적 $S$, 밀도 $\gamma$, 비열 $C_p$, 전기 저항률 $\rho$)의 온도 적분이다. 핫스팟 온도 $T_m$ 을 안전한 범위(예: 150 K 이하 등, 열 변형으로 단선되지 않는 온도)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좌변의 $\int I^2 dt$ 를 최소화해야 한다.

보호 시스템: 에너지 덤프와 히터 트리거

퀜치의 피해를 막기 위한 보호 회로 시스템(Quench Protection System, QPS)이 필수적이다.

  1. 퀜치 검출기: 코일 양단의 전압과 중앙 탭으로부터의 전압의 차동을 감시하는 브리지 회로를 사용하여 유도 전압 $L(di/dt)$ 을 캔슬하고, 저항 발생에 의한 미세한 전압(수십 mV)을 고속으로 검출한다.
  2. 에너지 덤프 저항: 퀜치를 검출한 순간, 외부의 차단기를 열고 코일과 직렬로 연결된 거대한 상전도의 ‘덤프 저항(Dump Resistor, $R_d$)‘을 회로에 삽입한다. 이로써 자기 에너지의 대부분을 크라이오스탯 외부의 덤프 저항에서 열로 소비시킨다. 전류 감쇠의 시정수는 $\tau = L / (R_{coil} + R_d)$ 가 되어 급속히 전류를 감쇠시킬 수 있다.
  3. 보호 히터(Quench Heaters): 코일이 극히 클 경우, 덤프 저항만으로는 전압이 너무 높아져($V = I \times R_d$), 절연 파괴(아크 방전)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퀜치 검출과 동시에 코일 표면에 부착된 히터에 펄스 전류를 흘려, 코일 전체를 강제로 가열하여 ‘전 영역을 의도적으로 퀜치시키는’ 수법이 취해진다. 이를 통해 줄열의 발열이 코일 전체로 분산되어, 국소적인 핫스팟의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제5장: 최첨단 인프라를 지탱하는 거대 시스템

초전도 전자석은 실험실의 틀을 넘어,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인프라로서 가동되고 있다.

JR도카이 리니어 중앙신칸센(L0계 초전도 자석)

일본의 위신을 건 초전도 리니어(SCMAGLEV)는 차량 측에 NbTi 초전도 마그넷을 탑재하고, 지상 측의 추진 코일·부상 코일과의 사이에서 강력한 반발·흡인력을 만들어내어 시속 500 km에서의 부상 주행을 실현한다. 차량용 마그넷은 가혹한 진동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열 침입을 극한까지 억제하면서도 높은 기계적 강성을 가지는 하중 지지 구조가 채택되었다. 초기의 실험 차량에서는 액체 헬륨과 액체 질소를 사용한 냉각 시스템이었으나, 최신의 L0계에서는 고성능 차량용 밀폐형 GM-JT 냉동기 등이 개발되어 외부로부터의 헬륨 보충을 장기간 불필요하게 하는 운용이 상정되고 있다.

의료용 MRI(3T~7T)의 보급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동되고 있는 초전도 시스템이 MRI(자기 공명 영상 장치)이다. 인체의 수소 원자핵 스핀을 정렬시키기 위해 1.5 T에서 3.0 T, 최신 연구·임상용으로는 7.0 T의 균일하고 강력한 자기장 공간(보어)을 필요로 한다. MRI용 마그넷은 NbTi 선재에 의한 솔레노이드 코일로 구성되며, 영구 전류 모드에 의해 안정적으로 구동된다. 헬륨 증발 제로(Zero-Boil-Off) 기술의 진보에 의해 냉매의 정기적인 보충이 불필요한 시스템이 주류가 되고 있다.

CERN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와 핵융합 실험로 ITER

고에너지 물리학의 정점인 제네바의 LHC에서는 원주 27 km의 터널 내에 1,232대의 초전도 쌍극자 마그넷이 늘어서 있다. 양성자 빔을 휘게 하기 위한 8.3 T의 자기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NbTi 코일을 1.9 K의 초유동 헬륨(Superfluid Helium, He-II)으로 냉각하고 있다. 초유동 상태의 헬륨은 점성이 0이며, 열전도율이 순수 구리의 수천 배에 달하기 때문에 코일 내부의 미세한 틈으로 침투하여 극히 효율적으로 열을 빼앗는 ‘궁극의 냉매’로서 기능한다. 한편, 남프랑스에서 건설이 진행 중인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 ITER에서는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거대한 토로이달 자기장 코일과 중심 솔레노이드 코일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심 솔레노이드는 높이 13 m, 무게 1000톤에 달하며 13 T의 변동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위해 CICC(Cable-in-Conduit Conductor)라 불리는 특수한 구조의 Nb3Sn 도체가 채용되었다. 이는 스테인리스강 파이프 안에 수백 가닥의 초전도 소선을 꼬아 넣고, 그 틈으로 초임계압 헬륨(Supercritical Helium)을 강제 순환시킴으로써 거대 전자기력에 대한 내성과 높은 냉각 성능을 양립시킨 궁극의 도체이다.

제6장: 극저온 공학의 프런티어

극저온과 초전도의 기술 혁신은 지금도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용 희석 냉동기

현재 초전도 큐비트(Transmon 등)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의 개발이 세계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자 상태의 결어긋남(중첩 상태)을 열잡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칩을 10~15 mK라는 절대 영도 극한의 온도 환경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무냉매형 희석 냉동기가 사용되고 있다. 실온에서 4 K까지는 펄스관 냉동기로 냉각하고, 그 지점부터 He-3/He-4 순환 사이클로 밀리켈빈까지 낮춘다. 다수의 동축 케이블을 극저온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도 열 유입을 차단하는 다단 열 실드 설계가 하드웨어 설계의 열쇠가 되고 있다.

무냉매 초전도 마그넷(Cryogen-Free Magnets)과 전도 냉각 기술

오랜 세월 초전도 마그넷의 운용에는 비싸고 다루기 어려운 액체 헬륨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고온 초전도 선재의 성능 향상과 GM 냉동기 등 소형 냉동기의 고출력화에 의해, 냉매액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냉동기의 냉각 스테이지와 마그넷을 구리 열링크로 직접 연결하여 냉각하는 전도 냉각(Conduction Cooled) 마그넷이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버튼 하나로 강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것이 가능해져, 재료 과학, 응집 물질 물리학, 의료 분야로의 응용 저변이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수소 사회와의 융합: 액체 수소 인프라와 MgB2

미래의 탄소 중립 사회를 향한 에너지 캐리어로서 액체 수소(끓는점 20.3 K)가 주목받고 있다. 이 20 K라는 온도대는 2001년 일본에서 발견된 금속 간 화합물 초전도체 이붕화마그네슘($MgB_2$, $T_c \approx 39 \text{ K}$)이나 앞서 언급한 고온 초전도체(REBCO / BSCCO)를 가동시키기에 충분한 극저온이다. ‘액체 수소를 냉매로 삼아 초전도 송전 케이블이나 초전도 에너지 저장 장치(SMES)를 냉각시키면서, 수소 연료 그 자체로서도 수송·이용한다’는 극저온 에너지 인프라의 패러다임 전환이 제창되어, 이미 실증 실험이 시작되었다.

보위 A: 냉동 사이클의 열역학 및 T-s 선도에서의 상세 해석

극저온 냉동 사이클의 본질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헬륨 액화에 있어서의 클로드 사이클(Claude cycle)의 T-s(온도-엔트로피) 선도 상의 거동을 엄밀하게 추적한다. 헬륨 가스는 상온(300 K)에서 1 atm(약 0.1 MPa)인 상태로부터 압축기에 의해 약 2 MPa(20 atm)까지 등온 압축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축열은 수냉식 열교환기에 의해 외부로 배출된다(T-s 선도 상에서는 등온선을 따라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과정). 이어서 고압 가스는 다단의 대향류형 열교환기(Counter-flow heat exchangers)로 보내진다. 여기서는 액화되지 않고 돌아오는 저온의 저압 가스와 열교환을 수행하여 등압 냉각(T-s 선도 상에서는 등압선을 따라 온도와 엔트로피가 하강하는 과정)된다. 그러나 줄-톰슨 효과만으로는 헬륨을 액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가스의 대부분(약 60~80%)은 도중에 터보 익스팬더(팽창 터빈)로 분기된다. 터빈 내에서는 가스가 임펠러를 돌려 외부로 일을 추출하면서 단열 팽창한다. 이상적으로 이 과정은 등엔트로피 팽창(등엔트로피 선을 따른 수직 하강)이 되어 단숨에 온도가 떨어진다(예를 들어 15 K 정도까지). 이 터빈에서 냉각된 저압 가스는 열교환기로 돌아와, 분기되지 않고 진행해 온 나머지 고압 가스를 예냉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예냉을 통해 고압 가스는 헬륨의 역전 온도(약 40 K)를 훨씬 밑도는 약 6 K까지 냉각된다. 마지막으로 이 6 K의 고압 가스가 줄-톰슨 밸브(J-T 밸브)를 통과한다. J-T 밸브에서의 팽창은 외부로의 일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엔탈피가 보존되는 등엔탈피 팽창(Isenthalpic expansion)이 된다. T-s 선도 상에서는 등엔탈피 선(우하향 곡선)을 따라 상태가 변화하여 액상과 기상의 공존 영역(포화 돔) 내부로 돌입한다. 이를 통해 일부 가스가 액화(온도 4.2 K, 압력 1 atm)하여 액체 헬륨으로 회수된다. 미액화 가스는 다시 열교환기로 돌아가 시스템을 냉각한다.

보위 B: NbTi 초전도 다심선의 단면 구조와 동적 안정성 기준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실용 초전도 선재는 구리 매트릭스 안에 다수의 초전도 필라멘트를 배치한 다심 구조(Multifilamentary structure)를 취한다. 이 구조의 필연성을 자기 불안정성(Flux jump)의 관점에서 정량적으로 설명한다. 초전도체 내에 자기장이 침투하면 차폐 전류(핀 고정 전류)가 흐른다. 외부 자기장이 변동하면 자속이 이동하여 줄열이 발생한다. 만약 초전도체의 열용량이 작고 열전도율이 낮을 경우, 이 발열에 의해 국소적인 온도 상승이 생겨 임계 전류 밀도 $J_c$ 가 저하된다. $J_c$ 의 저하는 더 많은 자속의 침투를 부르고, 다시 발열을 일으킨다. 이 양의 피드백 루프가 파국적인 퀜치에 이르는 현상이 ‘플럭스 점프’이다.

$$ d_{max} \propto \sqrt{ \frac{C}{\mu_0 J_c |dJ_c/dT|} } $$

극저온에서는 비열 $C$ 가 극히 작기 때문에, $d_{max}$ 는 보통 수십 $\mu m$ 이하가 된다. 따라서 초전도체를 미크론 단위의 가는 선(필라멘트)으로 분할해야만 한다.

그러나 미세화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다수의 필라멘트를 묶으면 필라멘트 간에 전자기적인 결합(커플링 전류)이 생겨 전체가 한 가닥의 굵은 초전도체처럼 행동해 버린다. 이를 막기 위해 필라멘트를 상전도 금속(구리 등)으로 감싸고, 다시 선재 전체를 길이 방향으로 ‘트위스트(꼬임)‘를 가한다. 트위스트 피치 $L_p$ 를 짧게 함으로써 커플링 전류의 루프 면적을 줄여 자기적 결합을 끊는다. 나아가 열적인 교란이 발생했을 때, 발생한 열을 신속하게 주위로 분산시키고 상전도 전이했을 때 전류를 바이패스 시키기 위해 열전도율과 전기전도율이 높은 고순도 무산소동(RRR: Residual Resistivity Ratio가 높은 구리)을 매트릭스로 사용한다. 이를 ‘동적 안정성 기준(Dynamic stability criterion)‘이라고 부른다. 초전도 필라멘트와 구리 매트릭스의 부피비(Cu/SC 비)는 보통 1.0~10.0의 범위에서 마그넷의 용도나 안정성 요구에 따라 치밀하게 설계된다.

보위 C: 퀜치 시의 덤프 회로와 최대 전압의 정량적 설계

마그넷 보호 설계에 있어서 덤프 저항 $R_d$ 의 선정은 마그넷의 안전성과 전기적 절연의 타협점을 찾는 매우 중요한 프로세스이다. 인덕턴스 $L$, 초기 운전 전류 $I_0$ 인 마그넷이 퀜치했을 때, 덤프 저항 $R_d$ 를 삽입한 회로의 전류 감쇠는 코일 자신의 상전도 저항 $R_c(t)$ 를 고려하면 다음 방정식에 따른다.

$$ L \frac{dI}{dt} + (R_c(t) + R_d) I = 0 $$$$ I(t) = I_0 \exp\left(-\frac{R_d}{L} t\right) $$$$ \int_0^\infty I^2 dt = \int_0^\infty I_0^2 \exp\left(-\frac{2R_d}{L} t\right) dt = \frac{L I_0^2}{2 R_d} $$$$ \frac{L I_0^2}{2 R_d} \le U_{max} \implies R_d \ge \frac{L I_0^2}{2 U_{max}} $$

즉, 열적 보호의 관점에서는 덤프 저항 $R_d$ 는 충분히 커야 한다.

$$ V_{max} = I_0 R_d $$$$ I_0 R_d \le V_{ins} \implies R_d \le \frac{V_{ins}}{I_0} $$

즉, 전기적 절연의 관점에서는 덤프 저항 $R_d$ 는 충분히 작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덤프 저항값, 마그넷의 인덕턴스(나아가 권선 수와 전류값의 균형), 그리고 절연 구조가 설계된다. 거대한 마그넷(LHC나 ITER 등)에서는 $L$ 이 매우 크기 때문에 덤프 저항만으로는 양쪽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앞서 말한 ‘보호 히터(Quench Heaters)‘를 사용하여 $R_c(t)$ 를 강제적이고 급속하게 상승시킴으로써, 실효적인 저항을 확보하면서 국소적인 열 집중을 막는 보다 고도화된 능동 보호 시스템이 필수가 되는 것이다.

극저온 환경 하에서의 이러한 치밀한 계산과 재료 과학적 접근의 융합이야말로 현대의 초전도 마그넷 기술이 달성한 공학적 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한계에 계속 도전하는 극한 공학

절대 영도라는 물리 법칙의 한계에 다가서는 극저온 공학과, 거대한 에너지를 다루는 초전도 마그넷 기술. 이들 기술은 양자 역학이라는 미시적인 물리 현상을 리니어 모터카나 거대 가속기와 같은 미터급의 거대 인프라와 직접 연결하는 희귀한 가교이다.

퀜치에 의한 열적 폭주의 공포와 이웃하는 가운데, 응력 계산, 열전도 해석, 초전도 물성 공학의 극치를 다해 설계되는 마그넷은 그야말로 인류 영지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향후 고온 초전도 재료의 진일보한 발전과 냉동 기술의 혁신을 통해, 우리는 미지의 강자기장과 극저온 환경을 보다 친숙한 것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극저온과 초전도가 개척하는 프런티어는 아직 그 입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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